Caballa 1/2 [Transliteration]
Caballa 1/2 [Transliteration]
언어의 무게에 짓밟혔던 그 해
겨울의 어느 매우 추웠던 그 때
눈 쌓인 길을 홀로 걸어가며 아
파하고 있었지
한 걸음마다 과거의 후회를
한 걸음마다 숨기고픈 일을
종이에 쓰고서 눈 속에 몰래 감
추려고 했을 때
참새 한 마리 내게 다가와서
"눈이 녹으면 다 보여질 거야"
한 마디 말하고 몇 걸음 걷더니
날아가버렸지
뒤를 돌아보니 발자국 사이로
캔버스 하나가 놓여져 있었고
그 위에는 물고기 머리 하나가
그려져 있었지
불완전연소되어 의미를 잃어버
린 듯
입김에 쉽게 감춰지는 형이상
학적인 그 표정
존재 가치에 목마른 그의 모습
을 보는 게 흡사 거울을 본 것
같아 두려웠어
꽃밭에 덩그러니 놓여진 재떨
이 속 잿빛에 물든 듯한 과거를
잊으려 달려갔던 거리에 우두
커니 혼자서 방황하는 현재를
아무 말 없던 물고기 불현듯
자기소갤 하지 “내 이름은 카
바야
지금은 비록 머리 뿐이지만
날 때부터 정해진 내 이름은 카
바야”
자신의 없어진 몸을 찾아달라
고
나에게 나지막히 부탁을 했지
그것은 분명히 내 자신에게도
도움이 될 거라며
주위를 샅샅이 찾기 시작하니
어느덧 가로등 하나 둘 켜지고
추운 달빛 아래 두 개의 캔버스
를 찾아내어 건넸지
두 번째 그림과 세 번째 그림엔
물고기의 반토막이 없었고
빨간 속살이 허무하게 보여 눈
물을 훔쳤지
카바야는 나를 보며 여전히 자
기 자신의 이름은 그대로라고
담담하게 말했어
그림 한 장속 자신도, 반쪽 짜
리인 자신도
여전히 모두 계속 사랑한다고
갑자기 바람 하나 불어와 겨울
바람
내음이 나의 머릴 깨우고
반쪽의 자신마저 껴안은 그 모
습이
너무나 눈부시게 보였어
정신을 차리고서 두 번째 그림
속의 등 위에 날개를 그려 줬어
눈동자 속에 비친 내 모습도 이
제는 따스히 어루만져 줄 테니
꽃밭에 덩그러니 놓여진 재떨
이 속 잿빛에 물든 듯한 현재를
살면서 일그러진 자신을 사랑
하며 상처가 아물어질 미래를
- Artist:SeeU